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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몇 줄

페미니즘, 그 민감한 주제에 대하여

by 잉여인96 2022. 5. 19.

필자는 사회복지를 전공했기 때문에 여성학 운동에 대한 이론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또한 여성학과 한국 사회에서의 여성의 현 실태에 대해서 꽤나 고민을 많이 했었다.

물론 '여성이 아니기 때문에 여성과 여성학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 라고 한다면 내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 주장에 의하면 내가 무슨 주장을 해도 논의 자체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필자는 현 사회에 깔려있는 남성 대 여성의 성별갈등 구도에 대해서 최대한 논해보려한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에서는 '남성 대 여성'이라는 갈등론적 구도가 유행처럼 시작되었다.

이는 과거부터 축적되어 온 여성들의 남성의 '가부장적 기득권'(여성학적인 용어이다.)에 대한 반발의 폭발일 수도 있고

혹은 좌우 정치인들의 음모론적인 정치적 이용 구도일 수도 있다.

혹은 또 다른 이유가 있거나, 이상의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현상일 수도 있다.

 

페미니즘은 그 시작이 여성해방운동이었다. 20세기에 들어서도 여성의 권리는 매우 낮았다. 대표적으로 투표권을 가지지 못 했던 것이 있다. 또한 가정에 소속되어 가정의 재생산과 유지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여성은 가정에 머물지 않고 사회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의 영향도 있었다. 여성이 경제활동을 시작하자 여러 변화가 일어났다. 경제력을 가지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의 힘이 강해졌고, '양육의 사회화'에 대한 주장이 이곳저곳에서 일어났다. 양육의 사회화는 양육의 책임을 가정이 아닌 사회가 져야함을 뜻하는 용어이다. 그렇게 20세기가 지나고 21세기가 찾아왔고 과거의 여성차별이나 억압이라는 명제가 성립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는 여러가지 법률적인 보호장치와 사회분위기의 변화 때문이다. 

한국의 페미니즘은 어떤가? 여러가지 것들을 종합해보았을 때, 여성해방운동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하고 있다. 남성을 적대시하고 그들의 권리를 강제로 제한하고 억압해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페미니즘의 이론적인 틀이 마르크스 주의에서 가져왔다지만(남성vs여성=자본가vs노동자=강자vs약자), 남성을 마치 제거해야할 존재로 보는 이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페미니즘 용어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남성 기득권에 의해서 이미 사회의 구조가 과도하게 불평등해져있다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권리를 확대하여 세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남성의 권리를 강제로 억압해야한다는 주장이 자연스럽게 성립되는 용어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국의 페미니즘은 레디컬 페미니즘(급진적 페미니즘)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ex. 워xx, 여xx대 등)에서의 남성 모욕적인 게시글과 혐오성 발언과 행태, 천주교 예수 성체 훼손 및 모욕, 이수역 살인사건을 '여자라서 당했다'라는 프레임으로 끌고가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남성을 공격하고 그들의 권리를 빼앗아 우리 여성 측의 권리를 신장시킨다'라는 논리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급진적 페미니즘의 문제점은 남성을 적으로 규정하여 남여 사이의 과도한 갈등을 일으키며, 남녀 사이의 대화나 이해, 타협 등의 요소가 성립하게 두지 않게 한다는 점이다. 이는 건전한 사회 구성 및 질서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도한 갈등이 있는 사회는 사회불안이 증가하고 그에 따른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급진적 페미니즘이 기존 페미니즘 이론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과 같이 공격적이고 사회파괴적인 행위들을 하는 레디컬 페미니즘을 일반 대중들이 페미니즘이라고 오해를 하게되고 그에 따른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사회적으로 증가하여, 결국 기존의 온건적 페미니즘에 해악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이전의 페미니스트가 이뤄놓은 한국의 여성권리 신장이라는 성취에 먹칠을 하고 그에 대한 피해를 입힌다면 그 자체로 한국 여성에 대한 죄를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논의되는 '여성가족부 폐지' 안건이 그의 대표적인 근거이다.   

 

20대 남자이며, 이론적으로 배웠을 뿐이고, 여성운동에 참여하지도 않은 필자가 감히 제안하건데, 한국 페미니즘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남성과 여성을 '집단'으로 나누어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갈등론적이며 마르크스주의적인 이분법적 틀이 아닌 각 '개인'을 기본적인 요소로 보는 '개인주의'적인 틀이 필요하다. 남성 혹은 여성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이 먼저이다. 집단주의 논리로 한 개인의 모든 특성을 규격화하여 집단이란 틀에 우겨넣는 짓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논의할 수 있는 열린광장이 필요하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떤 주장을 가졌든 간에 일단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가 없으면 소통이 없고, 소통이 없으면 각자의 생각의 틀에 갇혀서 오해가 발생한다. 이런 오해는 타인과의 갈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는 우선적으로 대화와 소통이 가능한 열린 토론 광장이 필요한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익명성의 가면을 쓰고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사람들만 모여서 같은 주장을 되풀이 하는 그런 것은 열린 광장이 아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과 그에 따른 문제점 및 대안들을 제시해보았다. 개인 블로그에 쓴 것이 뭐 어디에 쓸모가 있겠나 싶지만 평소에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한 번 풀어보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글을 쓰게 되었다.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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