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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오감사 군대에서 썼던 걸 사회에서도 쓰고 있다 일일 오감사 1. 빚 없어서 감사합니다 2. 저축한 돈 있어서 감사합니다 3. 몸 건강해서 감사합니다 4. 죄 안 지어서 감사합니다 5. 숨 쉴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2023. 3. 14.
나에게 하루가 저뭅니다 기약없는 얼굴을 내밀며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비웁니다 전철에 실려 어딘가로 그 많던 발소리가 말소리가 어디갔나요 그 소름돋는 적막이란 밤이 오니 여러 생각이 달처럼 떠오릅니다 내 마음은 지금 해처럼 저물었습니다 강물 위에 비친 도시의 네온사인 흐느적 흐느적 살아 일렁이는 혼돈 그 모습 내 마음과 같습니다 잠에 들어야 하는데 도통 잠이 오지 않습니다 놓쳐버린 것들을 생각합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될 후회들을 또 다시 생각합니다. 이제 나를 그만 괴롭히고 싶습니다 나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내가 나에게 2023. 3. 14.
백수기행 버스비 아까워서 걷는다 집에서 시내까지 한 시간 도보를 걷고 있으면 쌩하며 스치는 자동차 다들 어딜 그리 바쁘게 가는지 그러고 보면 나만 느린 것 같다 나만 뒤쳐진 것 같다 느림의 미학이란 빈자 아닌 부자의 소유 젊음 아닌 늙음의 소유 귀 속의 이어폰으로 막는 세상의 소리 주위의 수근거림 언제까지 무시할 수 있을까 고시원에서 듣던 노래가 귀 속에 울리면 배고팠던 그 때의 기억 문득 가슴이 시려온다 백수 하나 비틀거린다 스물 막바지의 걸음 이 터널이 끝이 나긴 하는지 그저, 어둠 속의 희미한 불빛 2023. 3. 14.
그늘진 봄 그늘진 봄이었다 꽃샘추위에 시달린 시기였다 그럼에도 보도블럭 한 구석 보랏빛 꽃이 피던 날 아파트 단지 놀이터 아이들은 시끌벅적하고 꽃냄새 멀리서 멀리서 마음을 휘젓고 그 양지를 등지고서 한 낮의 음지를 거닐며 단지마다 전단지 돌렸던 날 온 몸에 눈물이 젖었던 날 그 초라한 청춘의 이마에도 분홍빛 바람이 불었다 껍데기만 남은 허깨비에게도 공평하던 봄의 손길 2023.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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