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후쿠오카+벳푸 여행기 3

by 잉여인96 2023. 2. 20.

숙소가 있는 후쿠오카의 중심지 '텐진'으로 왔다.

숙소 체크인은 15시였기에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짐이라고 해봤자 가방 하나였기에 숙소에 짐을 미리 맡길 필요도 없었다.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메이드리밍'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후쿠오카에서 유명한 라면 체인점인 '이치란 라멘'을 보았다.

점심시간이 지난 후라서 한산해보였다.

우리의 계획 상에는 이치란 라멘에 가는 것이 없었을 뿐더러

음식점은 일부로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곳이 아닌 곳으로

가기로 마음 먹고 있었기에 눈으로만 둘러보고 발을 옮겼다.

 

'메이드리밍'은 골목으로 들어가서 5층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다.

와보니 예상과는 달리 대기줄이 있었다.

힐끗보니 매장 안에도 사람들이 우글거렸다.

 

현지인들인가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한국인들이다.

나는 메이드 문화가 하위문화이기에

한국인들이 많이 오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은 와르르 무너졌다. 

한국인의 정서로는 못 올 거 같던 이 장소에

한국인이 우글거리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십여분 정도 기다리니 메이드복을 입은 점원이 우리를 안내했다.

메이드 점원을 따라가서 자리를 안내받고, 우리는 음료를 시켰다.

나는 지정된 메이드가 옆에서 이것저것 말을 붙여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가끔 와서 대화를 해주고 그 외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어쩌면 더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봤어야 했나, 라는 아쉬움이 든다.

일본어가 더 유창했었더라면 더 충만한 경험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요금은 이렇다. 처음에 입국비라고 해서 자릿세 같은 것을 받는다.

그 뒤에 음료 혹은 음식을 시키는데, 이게 또 가격이 높다.

메이드와 대화를 하거나 사진을 찍는 경험이

포함된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긴 한다.

나는 기념으로 사진 한 방을 찍었다,

이런 진귀하고 일본다운 경험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서.

 

음료만 마시고 가려 했지만 친구의 '메이드의 라이브 공연을 보자' 라는 제안에 설득당해

'정말 어쩔 수 없이' 라이브 공연까지 관람했다.

공연은 여기서 이루어졌다.

우리가 선택한 메이드가 우리가 택한 노래를 저 무대에서 직접 공연해주는 것이었다.

공연을 규칙상 찍을 수 없었다. 

공연을 보면서 느낀 생각은, 메이드라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직업이라는 것이다.

접객에다 춤과 노래, 호응 유도까지 잘해야한다니. 나는 갑작스레 존경심이 들었다.

 

이용시간은 1시간이며, 이용 시간이 끝나면 내가 원하는 메이드와 사진을 찍는 것으로 서비스가 끝난다.

자릿세와 음료와 대화, 사진과 라이브까지 합쳐서 약 8천엔이 나왔다.

한화로 약 8만원이다. 무시무시한 가격.

사람에 따라서 눈탱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경험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메이드 문화야말로 일본답고 독특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숙소는 메이드리밍 5분 거리에 위치했다. 어렵지 않게 찾아서 체크인을 했다.

눈에 띄는 점은 로비 직원이 모두 인도인이었다는 점.

일본도 고령화 사회라서 그런 것인지,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 노동자로 충원하는 것 같았다.

 

숙소에 가방을 던져놓고 잠시 쉰 다음, 저녁을 먹기 위해 움직였다.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길, 골목 가게와 일본인들의 모습을 감상했다.

버스를 타고 숙소에서 남쪽으로 향했다. 우리가 가는 모츠나베 음식점이 위치한 그 곳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일단 한국어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현지인들만 우글거려서 우리가 정말 맛집에 왔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모츠나베는 '소 등의 내장을 야채와 함께 된장이나 간장 등으로 푹 끓인 냄비 요리'를 말한다.

이런 비주얼인데, 맛을 보면 국물이 장난 아니다.

간이 잘 맞춰지고 깊은 맛을 내는 이 국물 하나면

소주 몇 병은 먹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한국이었다면 밥을 말아도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한국인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국물에 '코크 하이'와 '일본주'를 곁들여 마셨다.

여기서 '코크 하이'란 코카콜라와 위스키를 섞은 술이다.

콜라가 위스키의 강한 뒷 맛을 중화시켜주고 달달함을 주기에

즐겁게 취할 수 있었다.

일본주의 이름은 'GINJYONAMA'였는데, 이게 또 모츠나베와 페어링해서 마시니 궁합이 완벽했다.

모츠나베를 시켜먹을 일이 있다면 이 술을 꼭 시켜먹어보길 바란다.

계산을 하고 거리를 배회했다.

어느새 거리에는 어둠이 깔려 걷는 이들의 마음을 한산하고 적적하게 만들고 있었다.

우리는 길을 걷다 동네 마트를 발견해, 그 곳을 잠깐 구경했다.

한국의 동네 마트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도시락이나 간편식을 많이 파는 것이 눈에 띄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상하리만큼 익숙한 비주얼의 술도 팔고 있었다.

우리는 한류의 영향인 걸까, 라고 추측했다.

 

우리는 북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나카스 강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거기엔 캐널시티가 있고 나카스 포장마차가 있었다.

역시 한국인들이 우글거렸다. 유명한 관광지다웠다.

그러나 그런 곳에 가고 싶지 않았다. 이미 예전 여행 때 가봤던 곳이었기 때문.

대신에 우리는 우연히 발견한 현지인 바(BAR)에 들어갔다.

여성 사장이 운영하는 테이블식 바(BAR)였다.

거기엔 살짝 취한 일본인들만 앉아 있었다. 40대 초반쯤 되어보이는 비주얼의 남자들. 

우리는 주문한 맥주를 마시면서 바텐더와 대화를 나눴다.

부족한 일본어였지만 영어를 섞어가며 대화 하니, 어느 정도는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나중에는 일본인들이 더 와서 그들과도 짧은 대화를 나눴다.

덕분에 여행 계획 때 무조건 하고 싶었던 목록인 '현지인들과 소통하는 것'을 이룰 수 있었다.

 

바텐더가 이것저것 술을 권했기에 취기에 올라왔고, 우리는 완전히 뻗기 전에 계산하고 바를 나섰다.

숙소로 돌아와 그냥 바로 뻗은 것 같다.

정말 기나긴 여행 1일차였다. 실제로 아침 4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하루를 보냈다ㅎㅎ

 

여행 2일차에는 다른 지역인 벳푸로 넘어가는 일정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짓 안하고 바로 잠에 들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