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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생존기

나의 작은 세계

by 잉여인96 2022. 3. 27.

고시원에 입주하고 문득 든 생각은 약 1평인 방에서 내가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1평(1.8m x 1.8m), 정말 그렇다 누우면 방에 여유 공간이 없는 곳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있을 건 다 있다고 생각한다.

책상과 의자, 서랍장, 개인 냉장고, 이불, 매트릭스, 작은 옷장(사실상 책상과 일체형이다),

여행캐리어와 목욕바구니를 둘 수 있는 책상 오른 쪽 아래의 공간이 있다.

 

매우 주관적인 만족이지만 방 크기에 대해서 나름 만족하고 있다. 어쩌면 내가 너무 욕심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욕심이 없다는 건 자칫 미래 발전 동력이 부족하다는 말일 수 도 있다. 현재 자기 발전이 필요한 나에게

치명적인 점이 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하겠다.

 

무엇보다 외창이 있다는 게 장점이다. 물론 대리석 뷰다 ㅋㅋㅋㅋ.

그러나 바람이 통하여 환기가 되고, 바깥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월세가 22만원임을(4개월 동안은 21만원) 감안하면 가성비적으로 매우 만족한다.

또 정신건강 측면에서 매우 이득이다.

그래도 단점은 존재한다. 고시원 특성 상 방음이 잘 되지 않아 옆방의 작은 소리도 들린다.

또 외창이라 새벽에 잘 때 한기가 돈다. 또한 사람에 따라서 공용 화장실 샤워실, 공용 주방은 단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단점을 개인적으로 감안할 수 있기에 나에게 치명적인 단점이 아니다.

방음이 잘 안 된다면 내가 조용히 살면 되고, 새벽에 추운 것은 이불을 꽁꽁 감싸매면 그만이며,

공용 시설은 내가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고시원 생활의 장단점은 정말 케바케이다.

3월 19일 토요일. 이 작은 세계에서 나는 아직도 살아간다. 언젠간 이 작은 세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맘을 먹은 채. 나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온 구절로 글을 마치려고 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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