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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기행

by 잉여인96 2023. 3. 14.

버스비 아까워서 걷는다

집에서 시내까지 한 시간

 

도보를 걷고 있으면

쌩하며 스치는 자동차

다들 어딜 그리 바쁘게 가는지

 

그러고 보면

나만 느린 것 같다

나만 뒤쳐진 것 같다

 

느림의 미학이란

빈자 아닌 부자의 소유

젊음 아닌 늙음의 소유

 

귀 속의 이어폰으로

막는 세상의 소리

주위의 수근거림

언제까지 무시할 수 있을까

 

고시원에서 듣던

노래가 귀 속에 울리면

배고팠던 그 때의 기억

 

문득 가슴이 시려온다

백수 하나 비틀거린다

 

스물 막바지의 걸음

이 터널이 끝이 나긴 하는지

그저, 어둠 속의 희미한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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