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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봄

by 잉여인96 2023. 3. 14.

그늘진 봄이었다

꽃샘추위에 시달린 시기였다

그럼에도 보도블럭 한 구석

보랏빛 꽃이 피던 날

 

아파트 단지 놀이터

아이들은 시끌벅적하고

꽃냄새 멀리서 멀리서

마음을 휘젓고

 

그 양지를 등지고서

한 낮의 음지를 거닐며

단지마다 전단지 돌렸던 날

온 몸에 눈물이 젖었던 날

 

그 초라한 청춘의 이마에도

분홍빛 바람이 불었다

껍데기만 남은 허깨비에게도

공평하던 봄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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