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방에 살다가 수도권으로 상경하려는 마음을 먹었다.
무엇보다 수도권(서울 경기권)은 인프라와 일자리, 기회가 많으므로 나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 나는 몇 벌의 옷과 몇 개의 생활용품, 노트북만 가지고
서울 행 버스를 탔다. 대략 4시간 반의 여정이었다. 도착하니 추운 서울의 날씨가 나를 맞아주었다.
사실 통영에 있을 때 수도권에서 거주지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원룸을 생각했지만 보증금이나 월세가 비쌌다.
돈이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원룸을 포기하고 다른 거주형태를 찾아야 했다. 결국 고시원이었다.
고시원하면 뭔가 비위생적이고 '타인은 지옥이다'에 나온 그런 이미지를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요즘 고시원은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내 방 찾는 애플리케이션인 다방과 흡사한 이름의 '고방'과 '고시원넷'이란 사이트에서
고시원의 가격과 시설 현황 등을 따져보며 여러 고시원을 비교해보았다.
내가 고려한 조건은 월 25만원 이하, 외부 창의 존재(창의 유무가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하기에.),
공용시설은 노 상관, 역 근처, 밥 제공, 건조대 존재, 주변의 조용함(유흥가 x), 책상 존재, 근처 할인 마트 존재였다. 조건을 입력하니 많은 고시원이 걸러졌다. 결국 남은 것은 경기도 고양시와 성남시의 고시원이었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실수를 하는데, 여러 고시원을 돌아보지 않고, 너무 성급하게 계약을 해버린 것이었다.
성남시의 고시원에 계약을 했는데, 하루 지내보자마자 바로 단점이 보였다.
건조대도 제대로 없었고 주변 환경이 너무 시끄러웠다. 그리고 공용주방의 상태가 너무 열약했다.
순간 '아 실수했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다행이 집주인과 잘 상의해서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집을 찾으러 다닐 수 있게 됐다.
(사실 계약 취소 안 해주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내 경우엔 잘 된 케이스이다.)
또 하나의 행운은 하남시에 직장을 다니는 친구가 있다는 점이었다.
집을 못 구해도 잠시 몸을 의탁할 장소가 있다는 건 큰 위안이었다.
사실 그 친구가 먼저 "자기 집에 있으면서 고시원을 구하러 다녀봐라"라는 제안을 했었지만
내가 무턱대고 고시원을 계약해버린 것이다.
다시 정신을 바로 잡고 고시원을 구하기 위해 하루 종일 분주히 돌아다녔다.
교통비도 만만찮게 깨지고 지치기도 많이 지쳤었다. 밥도 안 먹고 하루종일 돌아다닌 탓이었다.
확실히 인터넷 사진 상과 직접 눈으로 본 모습은 차이가 컸다. 역시 집은 발로 뛰어서 찾아야 하나 보다.
결국 고양시 덕양구에 괜찮은 조건의 고시원을 찾게 되었다. 아무리 비교해보아도
여기만큼 장점이 있는 곳은 보이지 않았기에 계약을 했다.
집주인도 괜찮은 사람이었고, 내 상황을 이해해주셔서 4개월 동안 고시원비 할인도 받았다.
그렇게 3월 6일에 입주하여 현재 3월 19일까지 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고시원 생활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나 생각을 이 카테고리에 적어볼 생각이다.
내가 여기서 살았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생활을 하면서 순간순간 배우는 것과 깨닫는 것을 기록하면 그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글이 길었다. 이만 줄이려 한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