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후쿠오카+벳푸 여행기 8

by 잉여인96 2023. 3. 12.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이른 시간에 체크 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섰을 때

토요일 밤의 여운은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지고

일요일은 잔잔한 분위기가 시내를 맴돌고 있었다.

출국 비행기는 18시에 있었기에 우리는 남은 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보내야했다.

멀리 갈 수는 없었고, 우리는 텐진 부근을 둘러보기로 했다.

우리는 텐진역 지하상가로 향했다.

지하상가라 해서 엄청난 걸 파는 건 아니었다. 서울의 흔한 지하상가와 비슷했다.

다만 일본스러운 옷이나 기념품에 관심이 있는 분은 여기에 오는 것을 추천한다.

상가 안에는 아래 사진의 튀김류 자판기가 있었다.

일본 자판기의 독특함이란 ㅋㅋㅋㅋ

텐진 지하상가 안, 일요일 아침의 드문드문한 인파 사이를 지나 다시 지상으로 올라갔다.

다음 목적지는 멜론북스라는 장소.

여러가지 애니메이션 굿즈나 책을 파는 곳이었다.

멜론북스는 'best'라고 적힌 큰 빌딩 안에 위치해있다.

입구부터 우리를 반겨주는 캐릭터들.

정말 일본스러운 풍경이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분위기ㅎㅎ

멜론북스는 9층에 입점해있고, 8층에도 비슷한 부류의 장소가 있다.

일부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1~7층까지 무엇을 파는지가 궁금했기 때문.

가전제품이나 전자제품 등을 팔고 있었다. 아마도 한국의 전자상가와 비슷한 부류의 상가인 것 같았다.

8층에 오니 안내판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두근거리면서 8층에 입장하니

(개인 기준) 추억의 물건들이 보였다.

초등학교 시절 때 엄청나게 했었던 유희왕 카드.

값어치가 나가는 희귀 카드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사고 싶었으나 가격이...

유희왕 카드 매니아들이 직접 경기를 할 수 있는 장소로 구비돼 있었다.

이런 다양한 하위문화가 많은 일본이 신기했다.

잘 모르지만 여러가지 굿즈도 팔고 있었다.

우리는 신천지를 온 듯한 얼굴로 9층으로 올라갔다.

멜론북스의 로고.

정말 여러가지 책도 팔고 있었다.

만화나 그림 그리는 데 관심이 있는 분들한테는

정말 천국 같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지, 사진에 담을 수는 없었으나,

한 층의 대부분이 성인잡지나 만화를 팔고 있었다.

역시 성진국ㅋㅋㅋㅋ

아무렇지 않게 성인 만화를 읽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계산하는 점원들.

처음 오면 문화충격을 받을 수도 있겠다.

 

멜론북스를 나와서 공원으로 향했다.

영상에 나오는 일본 특유의 평화롭고 잔잔한 분위기.

가족들끼리 연인들끼리 친구들끼리 놀러와서 일요일을 듬뿍 만끽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런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겠다 생각했다. 

공원에서 한 숨 돌리니 어느새 배꼽시계가 울려댔다.

우리는 바로 걸음을 백화점 지하 푸드코드로 옮겼다.

왜 굳이 거기였냐면, 일본은 백화점 지하 푸드코드에 맛집들이 많이 입점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뿔싸, 이미 푸드코드엔 사람들이 우글거렸다.

일찍 온다고 왔는데도 이정도다.

웨이팅을 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날릴 수 없어 우리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다음에 여기 오실 분들은 참고 바란다. 꼭 오셔야 겠다면 미리 와서 웨이팅 하세요...

다시 돌아온 텐진 거리.

우리는 텐진 중심가에서 벗어나 북쪽 도시 외곽으로 향했다,

확실히 중심가를 벗어나니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돌아다니다가, 찾은 곳은 일본식 중국음식점.

우리도 예상치 못 한 점심식사였다.

완전히 현지인들 투성이라 일단 맛집임은 어느정도 보장된 상태.

 

당연한 소리지만 짜장면 짬뽕은 없다ㅋㅋㅋㅋ

정말로 일본풍의 중국음식을 판다.

나는 여러가지 야채와 해산물 그리고 돼지고기가 들어간 걸쭉한 덮밥 세트를 시켰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고기만두와 새우만두를 시켰다.

덮밥이 독특한 맛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채소와 고기, 해산물 식감이 살아있는데,

거기에 전분기가 들어간 걸쭉한 식감. 이걸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근데 뭐 맛은 있었다.

두부 식감이 나는 푸딩을 후식으로 먹는 것으로 '완식'했다.

정말 예상치 못 한 음식점에서 예상치 못 한 음식을 먹는 경험이었다.

계획대로는 되지 않은 점심이었으나, 이게 또 여행의 참 맛 아니겠는가?

 

남은 시간을 어디에서 보낼지 고민하다가,

마침 근처에 일본 피씨방이 있어, 거기 가기로 결정했다.

전날에 다짐한 "마지막 날 최대한 일본스러운 경험을 하고 가리라"를 달성하는 데에도 맞는 여행지였다.

지하로 이어지는 긴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일본식 피씨방(피씨 카페)가 우리를 반겼다.

일본 피씨방은 오래 사용하면 할 수 록 가격이 저렴해지는 구조였다.

그러니까 반나절 이상은 죽치고 앉아 있으라는 얘기였다ㅋㅋㅋ

카운터에서 자리를 배정 받으면 모든 게 끝이다. 계산은 후불제였다.

우리는 길게 있을 수는 없었기에 50분짜리 2인석을 선택했다.

 

자리를 찾아가는 데 이건 뭐, 아래 사진만 보면 한국의 만화카페 같다.

만화에 정말 진심인 민족ㅋㅋㅋㅋ 한 쪽 구역이 전부 만화다.

정작 pc가 보이지 않아 한참을 들어갔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발견한 우리의 좌석.

완전 밀폐형은 아니였지만, 칸막이로 어느정도는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구조였다.

그러나 소리는 그대로 들리는 구조. 그래서 최대한 조용히 이용했다.

(옆 테이블 부시럭거리는 소리도 다 들린다.)

사양 높은 게임을 돌리는 것은 무리였고, 영화나 드라마 혹은 저사양 게임을 돌리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아니 애초에 일본어 투성이라 무슨 아이콘인지 잘 몰라서 감으로 접속해야 했다 ㅋㅋㅋㅋ 참고 하시길.

사실상 앉아서 이 것 저 것 클릭해보다가 끝난 것 같다. 일본어 잘 하는 분들은 즐길 수 있을 듯 하다.

 

우리는 컴퓨터로 인터넷 서핑만 하면서 무제한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컴퓨터가 주가 아니게 된ㅎㅎ

무료 제공 음식 말고도 먹을거리가 다양했다. 물론 아래 사진들은 유료다. 

일본 피씨방을 즐기고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사실상 막바지에는 시간에 쫓기듯이 이동했던 거 같다.

시간은 얼마 안 남았는데 아직 해야할 건 남아있고ㅎㅎ

다음으로 향한 곳은 코스프레 샵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옷을 입고 사진 촬영 등을 하는 코스프레어들을 위한 상점이었다.

나에겐 항상 궁금하던 세계였다.

들어와보니 정말 별천지.

가게를 둘러보니 정말 다양한 캐릭터 의류가 있었다.

드문 드문 익숙한 것들도 보이고ㅋㅋㅋ

우리 외에 이용객이 있었고, 정말 신중하게 옷을 고르고 있었다.

가게 안의 팜플렛을 보다가 코스프레어들을 위한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말 다양한 하위문화가 공존하는 일본.

가격은 정말 후덜덜했다. 옷 한 벌이 약 13만원.

그냥 감상만 하고 나왔다.

 

우리는 다시 텐진 중심가로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파칭코 가게를 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파칭코, 말 그대로 도박장이다. 나에겐 정말 미지의 세계였고, 나는 바삐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이 파칭코 기계 앞에 쭉 앉아서 도박을 즐기는 모습은 정말 이상한 풍경이었다.

파칭코 기계에 혼을 뺏긴 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그것은

마치 공장의 기계같은 움직임처럼 보이기도 했고,

어디 귀신에 홀린 사람이 하는 행동 같기도 했다.

 

현란하고 요란스러운 파칭코 게임 소리 속에서

눈이 풀린채 도박에 미쳐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기괴하면서도 신기했다.

우리도 돈을 구슬로 환전해서 한 번 해봤다.

파칭코는 기본적으로 핀볼 게임과 비슷하다.

구슬을 날려서 특정 구역 안에 넣으면 공격 기회가 플레이어에게 오는데

그 때 특정 버튼을 마구 마구 누르면 구슬을 획득할 수 있다.

구슬이 아웃되면 그대로 아웃이다.

 

최대한 구슬을 많이 따면 그 구슬만큼 돈이 되는 구조이다.

조작키로 구슬을 날릴 때 강약을 조절하는 손맛이 있어서 그 손맛에 사람들이 중독되는 것 같았다.

다른 구역의 슬롯머신은 완전히 운에 달린 게임인데 반해

파칭코는 자신이 어느 정도 게임을 컨트롤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아래는 직접 플레이 한 영상.

파칭코를 열심히 했지만, 결과는 손해.

역시 도박은 잃을 확률이 높은 게임이다.

남은 구슬을 돈으로 다시 환전하니, 점원이 과자 몇 개를 준다.

뭐랄까, 이거라도 대신 가져가세요?

뭔가 기념품을 챙겨주면서 "다음에도 와주세요" 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파칭코 게임을 끝내고 나니 정말로 공항으로 갈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로, 지하철을 타고 후쿠오카 공항으로 향했다.

어느덧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었다.

 

출국 수속을 무사히 밟은 뒤,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입국했다.

무언가 빠르게 지나간 듯 한 이 번 일본 여행.

그래도 메이드카페, 온천, 아키니쿠, 가라오케, 코스프레 샵, 파칭코 등등 

일본스러운 경험을 잔뜩 할 수 있었기에 의미가 충만한 여행이었다.

덕분에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공항에서는 깜빡하고 사진을 찍지 않아서 올릴 사진이 없다.

대신에 후쿠오카 풍경을 남기고 글을 끝내려 한다.

즐거웠다, 일본 여행. 언젠가 다시 또 갈 수 있기를!!

반응형